BIM 장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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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ALWC) 감상평

너커르 2014. 10. 2. 01:00


© Dilip Vishwanat / Getty Images


어제 열린 Oakland Athletics vs Kansas City Royals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요즘 들어 가장 재미있고 박진감이 넘쳤던 야구경기라고 생각됩니다. 역전을 서로 주고 받으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는 모습은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에게 엄청난 스릴과 긴장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한편의 영화와 같은 경기였던 어제 경기를 지켜 보며 느꼈던 것을 간단히 적어 보고자 합니다. 


이 경기는 사실상 두 팀의 에이스가 나온 경기였기 때문에 당초 예상은 적은 점수차에서 승부가 결정되리라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Athletics의 선발 투수 Lester는 통산 기록을 따져 봐도 손에 꼽힐 정도로 좋은 방어율과 성적을 플레이오프에서 기록하며 무척이나 강한 모습이어서 과연 Royals의 타자들이 그런 Lester를 공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Royals의 선발 투수였던 Shields 역시 표면적으로는 밀리지만 Royals의 에이스로서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였고, 특히 Athletics 타자들과 상대 전적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인 타자가 Josh Reddick을 제외하면 거의 없을 정도로 좋은 모습이있기 때문에 명품 투수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경기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고 나니, 1회부터 두 투수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점수를 허용했고 투구수도 평상시보다 많아지는 것을 보며 타격전으로 갈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요, 3회부터는 두 투수가 모두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서 5회까지 좋은 투구를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6회, 3-2로 앞서 가던 Royals의 투수 Shields가 안타와 볼넷을 내 주자 Royals의 감독 Ned Yost는 주저없이 Shields를 강판시키고 Ventura를 올리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현재 팀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감독과 코칭 스태프가 내린 결정이기에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정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냥 아마추어로서 보기에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교체였습니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Shields의 투구수가 88개로 아직 충분히 힘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고, 5회까지 잘 버티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좀 더 믿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고, 둘째로는 만약 Shields가 힘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면 좀 이른 시점이기는 하지만 1점차에 주자가 1루와 2루에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승리 계투조나 경험이 많은 베테랑을 투입하는 게 당연지사인데 이 상황에 올라온 투수는 철벽 계투조에 속한 투수도 아니었고, 경험이 많은 불펜 투수도 아닌 신인 선발투수였던 Ventura였습니다. 


Ventura가 신인이기는 하지만 올해 14승을 거두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게 긴박한 상황에서 신인 투수를 올린다는 것 자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습니다. 더군다나, Ventura는 지난 일요일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70가 넘는 투구수를 기록한 상태였기 때문에 과연 이 투수 교체가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Ventura는 올라오자 마자 1회에 홈런을 기록했던  Moss에서 다시 한번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쓰리런 홈런을 맞고 말았습니다. Ventura가 물론 실점없이 잘 막았다면 이런 의구심들도 사라졌겠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왼손 타자에 왼손 불펜 투수를 쓴 것도 아니고, 이틀 전에 선발로 나왔던 선발투수를 그런 긴박한 상황에 쓴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큰 경기에서는 감독의 용병술이 중요한데 아마추어가 봐도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교체였기 때문에 이 경기를 만약 Athletics가 승리했다면 Ned Yost 감독의 용병술과 선택이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것입니다. 


6회에만 5점을 내며 7-3으로 승기를 잡은 Athletics는 쉽게 승리를 가져 가는 것으로 봤으나 8회 Royals가 믿을 수 없는 집중력을 보이며 1점차까지 추격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사실 시즌 내내 8회를 책임졌던 Gregerson이었기 때문에 한점이나 두점에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8회에만 4개의 도루를 허용하고 투수의 와일드 피치도 잘 막아내지 못한 포수 Norris의 활약(?)과 더불어 1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사실, Royals의 타자 Perez와 Infante의 어이없는 삼진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역전까지 갈 수 있었던 흐름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1점차로 리드한 채 9회에 들어선 것을 안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1점차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무리 투수 Sean Doolittle이 3개의 아웃만 잡아 내면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대타로 나온 선두타자 Josh Willingham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벤치에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있고 이날 포수로 있는 Norris의 도루 저지율이 아주 나쁘다는 점에서 Royals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보였습니다. 결국, 대주자  Dyson이 Escobar의 희생번트로 2루에 진루했고, Aoki의 타격 때 3루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상황을 만들었고, Aoki가 욕심내지 않고 외야 플라이를 기록하면서 극적인 동점을 이끌어 냈습니다. 오늘 총 7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Royals의 주자들은 플레이오프 기록을 새로 썼는데요, 주전 포수 Soto가 부상으로 교체되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도루를 허용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이 중에서 한 두개만 잡았더라도 Athletics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연장전으로 들어간 이 경기에서 좋은 흐름은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낸 Royals에게 있었습니다. 10회와 11회 모두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고, 희생번트로 2루에 진루시켜서 1사 2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모두 후속타자들의 범타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들어선 12회 신인으로서 좋은 투구를 선보였던 Brandon Finnegan이 선두타자 Reddick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희생번트로 2루에 주자를 보내고 Frasor로 교체됐는데요, Frasor가 대타 Callaspo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다시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경기를 다시 한번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Athletics는 Dan Otero가 선두타자 Cain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승기를 잡는 듯 했으나 다음타자 Hosmer가 좌중간 담장 상단을 맞히는 3루타를 때려 내면서 다시 Royals가 경기의 흐름을 가져 갔고, 대주자로 경기에 나섰던 신인 Colon이 3루쪽에 바운드가 큰 땅볼을 만들어 내면서 내야안타를 만들어 냈고, 경기는 다시 동점이 되었습니다. 1사 1루에서 Gordon이 파울 플라이로 아웃되면서 이닝이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Perez의 타석에서 Colon이 다시 2루 도루에 성공했고, Perez가 극적인 결승타를 만들어 내면서 경기를 끝냈습니다. 사실 이날 Perez는 수비에서도 그다지 좋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고, 공격에서도 번번히 득점 찬스를 무산시키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이었는데요, 결국 마지막에 하나 해 주면서 이날 경기의 영웅이 됐네요.


이날 Athletics는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9회와 12회 두번이나 있었지만 한점차를 지키지 못하고 패하면서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는데요, 주전 포수이자 도루 저지율이 좋았던 Soto가 부상없이 경기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이렇게 Royals의 빠른 발에 어이없이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Royals는 감독의 교체가 화근이 되어서 거의 질 뻔 했던 경기였지만 타자들이 좋은 집중력을 보이면서 승리를 할 수 있었고, 신인투수였던 Finnegan이 2 1/3 이닝을 완벽히 막아주는 활약을 보여 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끝내기 안타를 뽑아낸 Perez일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타자로는 Hosmer, 투수로는 앞서 언급한 Finnegan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고 생각되네요. 모처럼 재미있는 경기를 보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웠네요. 앞으로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런 명승부가 많이 펼쳐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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